“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닐 슈빈 著, 김명주 譯, 부키, 원제 : Some Assembly Required: Decoding Four Billion Years of Life, from Ancient Fossils to DNA )”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닐 슈빈 (Neil Shubin)은 고생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한 분으로 우리나라에는 “내 안의 물고기 (김명남 譯, 김영사, 원제 : Your Inner Fish: A Journey into the 3.5-Billion-Year History of the Human Body)”, “DNA에서 우주를 만나다 (이한음 譯, 위즈덤하우스, 원제 : The Universe Within: The Deep History of the Human Body)” 등의 저서가 번역 소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읽은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는 닐 슈빈의 신작으로 38억년 동안이나 지속되어 온 생명의 역사 속에서 진화가 행한 역할을 살펴보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은 과거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나타난 여러 모습의 진화적 모자이크임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시행착오, 표절, 도용으로 가득한 생명 40억 년의 진화사’라는 다소 도발적인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DNA 분석을 통해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밝혀진 진화사라는 거대 역사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진화는 어떤 목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연의 결과로 하나의 발명이 이루어지고, 그 발명이 개체를 넘어서 집단군에 영향을 미칠 때 진화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에는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에 유리한 발명이라는 단서가 붙기도 하지요.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면 환경에 그동안 적응했던 생활 방식, 신체 구조는 필요가 없어지고나 오히려 불리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적응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때 또다른 진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새의 깃털은 비행을 위해 생겨나지 않았고, 폐와 다리는 육상 생활을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우연히 깃털이 비행에 적합하였으며, 폐와 다리 역시 육상 생활에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진화사는 필연의 과정이 아니며 우연이 만들어낸 발명의 연속이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우연의 연속일지 몰라도, 자연과 생태계라는 상위 구조에서 바라보면 진화는 우발적 사건이 난무하는 불확실한 도박판에서 얻어걸린 주사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포유류의 진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세아니아에 살아가는 포유류의 경우 다른 대륙과 다른 생태적 진화를 이루어냈습니다. 다른 대륙에는 거의 없는 유대류의 천국이었는데 1억 년 이상 격리된 상태로 진화하였지만 다른 대륙에서 날다람쥐, 두더지, 고양이, 늑대, 사자, 호랑이 등 유대류가 아닌 동물들이 가진 생태적 지위를 가진 여러 동물들이 나타났습니다. 즉 자연은 무작위적으로 주사위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환경적 구조로 인해 특정한 생태적 지위를 가지는 존재가 나타나기 쉽게 설게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대중과학서적이 마치 진화가 절대신이자 창조신과 같이 의지가 있는 것처럼 묘사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화는 생명의 발달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일 뿐 의지와 목적을 가진 존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대중이 받아들이기 편하게 하기 위한 글쓰기로 인해 ‘필연의 존재’라는 잘못된 오해를 가지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진화사에 있어 우연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진화와 관련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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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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