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Review] 제저벨 (듀나 著, 네오픽션)

Miccax 2022. 9. 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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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국 SF의 거성, 듀나의 스페이스 오페라 연작소설 『제저벨』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작품은 소설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서 선보인 ‘링커 우주’의 세계관을 토대로 행성 ‘크루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냈다.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경쾌한 모험의 세계를 구축해낸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특유의 자유롭고 대담한 서사를 선보인다. 온 우주를 지배한 ‘링커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생물 개체가 유전자 안정성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외부인의 유입만 가능하고 탈출은 불가능해진 행성 ‘크루소’.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함선 ‘제저벨’을 타고 항해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링커 우주’, 그 독특한 세계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이곳에 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링커 우주’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 전 은하계와 인근의 두 마젤란은하까지 먹어치운 링커 우주는 진화 생태계가 3천 년을 넘는 곳이 스무 군데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그 역사가 비교적 짧다. 링커 우주는 링커 기계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링커 바이러스를 퍼뜨려 새로운 우주 질서를 정립했는데, 그 어떤 시스템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링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종들은 새로운 진화 체계에 맞춰 진화를 거듭했지만 그 변화로 인해 실제로 링커 우주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 곰돌이 친구는 이 낡아빠진 욕조통의 선장이고 전 이곳의 선의가 되겠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운 나쁘게 추락하신 행성은 대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b라는 곳입니다. 식민지가 개발된 지는 표준력으로 350년쯤 되었고 여러분이 아주 운이 좋지 않은 한 여기서…… 빠져나가실 수 없습니다.” (14~15쪽) 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b’ 행성, 이곳은 유형지 행성 혹은 변비 행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은하계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아자니들이 날아와 빨판상어들을 떨어뜨리고 가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곳,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살지만 링커들이 끊임없이 유전자 풀을 흔들어놓기 때문에 그 어떤 종족도 생물학적 후손을 남기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행성이다. 번식을 통한 종의 생존이 불가능한 링커 우주, 멸망의 공포로 두려움에 떨던 종족들은 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선다. 듀나 SF 월드, 그 유연하고도 단단한 세계 기묘한 위험을 즐기는 활달한 모험담 작품은 링커 우주 속 행성 크루소를 배경으로 함선 ‘제저벨’을 타고 항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위험천만하고 활기찬 그들의 모험담 네 편을 통해 링커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생태계를 조명한다. 자유함선연합의 연락을 받고 고객과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은 도서관 큐브를 찾아 몬테 그란데로 향한 제저벨은 로즈 셀라비라는 거대 함선의 추격을 받게 되고(「로즈 셀라비」), 제저벨의 이야기꾼 의사는 시드니에게 진 목숨차용증의 빚을 갚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는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부탁을 받고 전쟁의 대륙 토요일로 향하게 된다(「시드니」). 항해사의 고향이자 생존을 위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레벤튼 섬으로 간 제저벨은 그곳의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에 말려들게 되고(「레벤튼」), 제저벨의 선의 플래그는 호가스 베들레헴 수용소에 갇힌 42호(예전의 시드니)를 찾아간다(「호가스」). 듀나가 선보이는 링커 우주의 세계는, 그 예측 불가능성으로 유연한 동시에 정교한 규칙으로 단단하다. 또한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린 세상 얼마나 매혹적인지 끊임없이 알려준다. 거대한 위협과 미지의 공포를 마냥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인물들이,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답을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이야기. 고전적인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이 서사시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를 엿보는 짜릿한 재미와 결합해 ‘스페이스 오페라’의 매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저자
듀나
출판
네오픽션
출판일
2022.08.16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제저벨 (듀나 著, 네오픽션)”은 예전 출판본으로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듀나 작가는 문화평론가이자, 페미니스트, 그리고 SF소설 작가입니다. 그리고 독특한 부분은  신상이 드러나지 않은 채 20년 넘게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신상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대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도 독특한데요. 토끼로 대변되는 분신을 통해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까지 역임한 바도 있습니다. 특히 SF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SF문학의 침체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한국 SF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공헌한 바가 큰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4개의 단편을 연결한 연작 소설입니다. 예전 판본은 장편소설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개정판에서는 연작 소설로 제대로 표기한 부분이 눈에 띄네요.
이 작품을 읽을 때 유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개정판으로 출간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네오픽션)”의 작품 중 ‘안개 바다’와 표제작인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만약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먼저 읽지 않고 이 작품을 먼저 읽는다면 적응하는데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제저벨”을 읽기를 원하신다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먼저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선장이 있습니다. 선장은 생명체 같기는 한데 정체가 모호하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생명체로 처음 나타났습니다. 애완동물로 팔려갔지만 (명목상 입양아이지만) 삶에 대한 투쟁을 통해 어떻게든 말하는 방법과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웁니다. 그는 (혹은 그녀는 – 책에서 작가는 남자가 되었다고 지칭했지만 오히려 이는 역설에 가깝다고 느껴져서 모호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해적선에 팔려가고 우여곡절을 거쳐 선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죠.

자, (책에서 표현하기로) 말하는 인형곰에 불과한 선장은 인간일까요? 인간성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10년 전에는 비백인에 대한 간접적인 메타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오히려 직접적인 비유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앞으로의 강인공지능에 대한 권리 역시 공론장에 등장하고 있는 시대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아마도 이게 SF소설이 가지는 본연의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은 처음 출간된 지 10년이 지났고 읽은 지도 그에 준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은 작품 안에 숨어있는 메타포나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해석 역시 바뀔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도 책을 다시 읽으면서 흥미를 가진 지점이었습니다.

#제저벨, #듀나, #네오픽션, #이북카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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