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Review]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著, 네오픽션)

Miccax 2022. 9. 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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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한국 장르문학의 독보적인 스토리텔러 듀나가 열어 보이는 새로운 세계 한국 장르소설의 자존심, 독보적인 스토리텔러 듀나의 소설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가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다. 듀나의 초기 단편부터 중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 열세 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수록작 「안개 바다」는 개정판이 동시 출간되는 『제저벨』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으로, ‘링커 우주’의 시발점이 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그 외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등 ‘장르소설’의 스펙트럼에 속하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입담을 통해 펼쳐진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상상력의 소유자 듀나.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떤 과정과 방식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곳에 우리와 닮은 누군가가 있다 ‘다른 세계’에 투영된 우리의 ‘미친 현실’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이 어디에 있든 바로 거기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틈새가 열리고, 그렇게 휩쓸려 들어간 다른 세계에서 뜻밖에도 당신은 여러 겹으로 기묘하게 겹쳐 보이는 낯익은 세계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듀나가 열어 보이는 이질적이고 환상적인 ‘다른 세계’에서 우리는 항상 현실의 문제들과 마주치게 된다. 인터넷 채팅을 소재로 한 「A, B, C, D, E & F」에서 A와 B가 만든 가상 인물들은 점차 막강한 실제성을 지니게 된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끼리 커플이 되고 마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이른다. 그 속에서 실재와 가상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게 된 상황과 무한한 소통을 기대하지만 쉽게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사이버 공간의 실상이 떠오르게 한다. 「죽음과 세금」에 축조된 사회에서도 지구의 모든 인구가 ‘불사신’이 된 상황에서 공정한 살인 임무를 수행하는 불사자들의 비밀 집단이 있다는 설정은 장르적인 상상력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지금 당면한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정부의 부담과 과중한 세금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의 배경이 되는 외계 행성도 마찬가지이다. 군대 가기 싫어서 달아난 청수, 외계인에게 복음을 전파하러 간 선교사역단, 탈북인에 대한 적개심 등 우리 사회의 일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장르소설이 어떤 식으로 현실의 문제를 그려내는지 인상적으로 예시하는 작품이다. SF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시스템의 세계 가장 강력한 생태계 시스템, 링커 바이러스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시스템’ 이미지다. 「호텔」, 「소유권」 등에서 보이는 막강한 시스템은 매트릭스적 신경망과 편집증적 감시체계를 넘어 자본주의 시스템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작품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안개바다」에 등장하는 링커들의 광대하고 강력한 네트워크 역시 지배적인 시스템 이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브로콜리 행성에서의 끔찍한 혈투가 끝난 ‘다음 세대’에서는 지난 시대의 역겨운 기억들은 모두 지워진다. 지금의 현실을 옥죄는 강박적인 시스템과 문제 상황들도 ‘링커 바이러스’가 구축한 거대한 생태계의 흐름에서 바라본다면 찰나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 이미지들과 동시에 가장 전복적인 이미지를 함께 빚어내는 상상력. 그런 작가의 상상력을 빌어 전혀 다른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재미. 그것이 듀나의 다양한 작품들이 모두 강렬한 흡인력을 가지는 이유일 것이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 수록된 개성 넘치는 초기작들은 그러한 듀나의 강점이 두드러지는 작품들로, ‘듀나 월드’에 입문하는 독자는 물론 오랜 독자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저자
듀나
출판
네오픽션
출판일
2022.08.16

 

 이번에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著, 네오픽션)”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13편의 단편 소설을 엮은 단편집으로 듀나 작가의 4번째 단편집을 이번에 개정하여 출간한 책입니다. 예전에 한번 읽었던 작품집인데 개정판이 나온 김에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듀나 작가입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동전 마술’
몇 년 전 선을 통해 딱 한 번 만난 여성의 특이한 행위와 이야기로 인해 을지로 지하도를 자주 찾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몇번을 읽어봐도 이 남자가 지하도 천장을 노려봤는지 몇 년을 그리워 하였던 여인의 사진을 다 지워버렸는지 모르겠네요.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2009년 4월 1일 오후 4시 23분. 지구인이 외계에서 온 우주선과 조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외계 우주선은 단 8일 만에 안양시 대부분과 광명시 일부를 포함하는 식민지를 완공합니다. 외계인은 그 들이 할 일을 합니다. 바로 식민지를 만들 재료를 얻는 일이지요. 사람들도 예외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일에는 무관심했습니다. 한 대학원생이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수행합니다. 외계 우주선에 카메라가 달린 로봇을 태워본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죠. 단 이틀 만에 화성 사진을 찍고 돌아온 것입니다. 외계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곳곳을, 그리고 태양계를 벗어난 먼 외계로 다녀오는 것은 범지구적인 유행이 되어버립니다. 
70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에 인공기를 꽂고 돌아온 북한 소속 비행사 다섯 명 중 두 명이 죽고, 세 명이 식물인간이 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외계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우주 감기로도 일컬어지는 이 바이러스는 범우주 바이러스 네트워크 환경 통합 과정의 일환에 의해 북한은 멸망해버리지만 이 시행 착오로 다른 지구인들은 이 바이러스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바로 링크 바이러스라 불리우는 그 바이러스입니다.

이 작품은 연작 소설인 “제저벨”이 링커 바이러스 세계관 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엮었는데 이러한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해당 작품이나 듀나가 창조한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입니다. 


이 작품집은 10주년 기념 개정판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언제 쓴 작품인지 작가도 모르는 작품도 있고, 그나마 창작년도를 알 수 있는 작품 중 한 작품은 1998년에 쓴 작품도 있다고 합니다.
가장 최신작도 10년이 더 된 작품이라는 의미이지요. 여기서 SF 소설이 가지는 가치가 드러납니다. SF는 기본적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빗대어 현재를 이야기하는 장르입니다. (정말 미래의 일만을 이야기한다면 예언서가 되겠지요.) 그러므로 이 작품은 10년 전의 현재를 지금의 현재와 비교해 보면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또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감상과 지금의 감상이 달라진 부분도 분명히 있음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지요. 

이번에 본 작품과 “제저벨”이 함께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는데 두 권 모두 읽으실 분이라면 이 책,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먼저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제저벨”의 세계관과 공유되는 작품이 두 작품 있는데 이 두 작품을 읽지 않고 “제저벨”을 먼저 읽는다면 아무래도 적응에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로콜리평원의혈투, #듀나, #네오픽션,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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