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래동물도감 (두걸 딕슨 著, 소미아이)
“미래동물도감 (두걸 딕슨 著, 김해용 譯, 소미아이, 원제 : After Man: A Zoology of the Future)”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미래생물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책입니다. 저자인 두걸 딕슨 (Dougal Dixon, 1947~)의 작품인데 예전에 “인류 시대 이후의 미래 동물 이야기 (이한음 譯, 승산)”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가 있었습니다.
이 책의 기본 가정은 생태계의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인류의 멸종입니다. 인류가 멸종한 다음, 5천만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구 위에 어떤 생태계가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 과학 이론의 기반 하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미래 동물의 모습을 그려보는 책입니다.
책에 소개된 많은 동물들이 흥미를 끌지만 남극해에 서식하는 보어텍스가 눈길을 특히 끕니다. 보어텍스는 몸길이 1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해양 동물입니다. 체형은 지금의 상어나 고래류와 유사하고 주둥이는 마치 체처럼 생겨서 플랑크톤을 걸러서 섭취합니다. 이 보어텍스의 조상은 펭귄으로 인류 시대에 멸종한 고래의 빈자리를 채운 종입니다. 고래와 고래상어와 같은 거대한 여과섭식자가 사라지게 되자 바다에 이미 적응한 종 중 일부가 고래가 차지했던 생태계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지요.
인류는 생태계의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다른 생명체에 대한 진화압도 강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류가 사라질 경우 미래의 동물들은 어떤 모습일지 책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져버린 오세아니아의 유대류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생명체는 생태계 내에 비어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채워넣는 능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바로 발산 진화인데, 생태적 지위 상 경쟁자가 없는 경우 해당 지위에 걸맞는 다양한 종으로 진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걸 딕슨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발산 진화 (divergent evolution)의 개념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발산 진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오스트레일리아에 널리 퍼져 있는 유대류가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마땅한 태반류의 경쟁자가 없는 오스트레일리아 지방에서 원래 경쟁자가 차지하고 있던 생태적 지위를 유대류가 다양하게 진화하면서 그 틈을 메운 것이지요.
이 책에는 각종 생태적 지위를 차지한 진화종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단지 형태에 대한 감상도 좋지만 왜 이런 형태를 가지게 되었는지 진화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책 말미에 진화와 관련한 세포 유전학이라던가 자연선택, 먹이 사슬 등 여러 과학적 지식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책에 소개된 여러 미래 동물들의 형태와 생태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한다면 좋은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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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